[점프업 2026] 건설사, 주택 의존 벗어나 원전·데이터센터 눈돌린다

2026년 01월 08일

2026년은 정치·경제·산업 전반에서 변화의 윤곽이 보다 또렷해지는 해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 질서의 재편, 기술 환경의 전환, 산업 구조의 재구성이 동시에 진행되며 각 분야는 새로운 조건 속에서 경쟁력의 기준을 다시 세우는 모습이다. 최근 변화의 속도는 빨라졌고 선택의 결과는 과거보다 더욱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한국 사회와 경제는 그동안 축적해 온 역량을 바탕으로 다음 단계로의 전환을 모색 중이다. 정책 환경과 시장 질서, 기술 경쟁과 공급망 구조가 바뀌는 등 각 분야가 선택해야 할 방향 역시 분명하다. 한국 사회가 맞이한 올해의 의미를 차분히 들여다보고자 하며, 각 분야별로 준비해 온 과정과 현재 선택하고 있는 방향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용인 죽전 퍼시픽써니 데이터센터 전경. 사진=현대건설

[서울와이어=안채영 기자] 고금리와 공급 조정, 공사비 부담이 겹치며 건설·부동산 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2026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업계는 과거처럼 급격한 붕괴로 이어지기보다 주택 의존도를 낮추고 수익성과 안정성을 기준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며 위기를 넘기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택 분양만으로 실적을 방어하기 어려운 환경이 장기화되면서 ‘무엇을 더 많이 짓느냐’보다 ‘어디에서 돈을 버느냐’가 중요해졌다. 그 결과 건설사들은 외형 확대 대신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공통 과제로 삼는다. 이는 단기 위기 대응이 아니라, 산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선택에 가깝다는 평가다.

◆에너지·원전·전력·데이터센터…‘차세대 인프라’ 축

8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 건설사들이 가장 먼저 키우는 축은 에너지·원전·전력 인프라와 데이터센터다. 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과 탄소중립 정책,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맞물리며 주택 경기와 무관한 중장기 수요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 중심 산업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적 전환으로 해석된다.

이 가운데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비주택 성장축을 가장 선명하게 확대하는 곳으로 거론된다. 두 회사는 주택 경기 변동성이 커진 환경에서 실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에너지·플랜트·데이터센터·원전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전략을 공통적으로 취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원전·소형모듈원전(SMR)·해상풍력·전력망 등을 묶은 ‘에너지 중심 성장 전략(H-Road)’을 전면에 내세웠다. 국내외 원전 파트너십을 확대하는 한편 전력 인프라 사업을 함께 키워 주택 경기와 분리된 장기 성장축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삼성물산 역시 에너지·플랜트와 데이터센터를 동시에 강화하며 비주택 사업 비중을 키우고 있다. LNG·태양광 프로젝트 수주와 데이터센터 시공 실적을 바탕으로 글로벌 에너지·인프라 시장 공략에 나서며 주택 의존도를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우건설도 원자력사업단을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격상하며 원전·해상풍력 등 에너지 인프라를 미래 성장 축으로 재정렬했다.

데이터센터는 ‘시공’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도 변화의 방향을 보여준다. GS건설은 데이터센터 운영 자회사(디씨브릿지)를 통해 운영 영역까지 확장했고, DL이앤씨는 시공에 더해 커미셔닝(성능 검증)까지 범위를 넓혔다. 신사업 경쟁이 단순 수주가 아니라 개발·운영 역량과 기술 내재화 경쟁으로 확장되는 흐름이다.

서울 동대문구 ‘서울원 아이파크’ 투시도. HDC현대산업개발은 대형 자체사업을 통해 개발형 사업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HDC현대산업개발

◆자체사업·디벨로퍼…‘마진 구조를 바꾼다’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또 다른 축은 자체사업과 디벨로퍼 기능 강화다. 시공 중심 모델은 원가 상승과 공기 리스크가 커질수록 마진이 얇아질 수밖에 없다. 반면 개발(기획)·분양·운영을 결합한 자체사업은 사업 구조를 직접 설계할 여지가 있어 불황기에 수익 구조를 바꾸는 대안으로 떠오른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서울원 아이파크 등 대형 자체사업을 통해 개발 이익을 직접 확보하는 구조를 강화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HDC현산의 자체사업 매출은 75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1.4% 증가했고 매출총이익률(GPM)은 32.4%에 달했다. 기획·설계·시공·분양까지 전 과정을 직접 주도하며 시행과 시공 이익을 동시에 확보하는 구조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GS건설은 사우디 알푸르산 프로젝트와 미국 실리콘밸리 임대주택 개발 등 해외 디벨로퍼 사업을 확대하며 개발형 수익 모델을 실험 중이다. DL이앤씨 역시 개발형 사업 관리 강화와 선별적 자체사업 확대를 통해 시공 의존도를 낮추고 현금흐름 안정성을 높이려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BS한양 LNG 터미널 공사 현장. 중견 건설사들도 환경·에너지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사진=BS한양

◆중견사도 한 우물 벗어나… ‘분산 전략’으로 버틴다

이러한 구조 전환은 대형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중견 건설사들도 초기 투자 부담이 크더라도 장기 관점에서 환경·에너지·공공 인프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주택 경기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한 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곧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에스동서는 지난해 3분기 기준 환경사업 매출 비중이 37.8%로 집계됐고, 폐배터리 재활용·건설폐기물 처리 등으로 매출 구조를 바꾸고 있다.

BS한양은 신재생에너지와 LNG 인프라를 중심으로 종합에너지기업 전환을 추진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해당 부문 매출 비중이 31.1%까지 확대됐고 동북아 LNG 허브 터미널·광양 바이오매스 발전 등 에너지 프로젝트가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핵심으로 거론됐다.

수주 포트폴리오 분산을 통해 실적을 쌓는 중견사도 늘었다. 동부건설은 지난해 신규 수주 4조원 돌파(4조1670억원)를 알렸다. 대보건설은 민간·공공·토목·반도체 인프라 등으로 수주 포트폴리오를 분산해 2조730억원으로 2년 연속 최대 수주 기록을 경신했다.

경기 침체 장기화 속에서 대형 건설사는 새로운 성장축을 만들고, 중견사는 포트폴리오를 쪼개며 위험을 나누며 대응해왔다. 방식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주택 하나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26년은 이 같은 구조 전환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해가 될 전망이다.

출처 : 서울와이어(http://www.seoulwire.com)